차가운 달빛아래, 넌 죽어갔다.
널 죽여버린, 날 원망하지도 않고, 그렇게 죽어갔다.
달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너의 죽음따윈 상관없단듯 그렇게 빛나고있었다.
나는 너를 죽였다. 그런데도 너는 웃었다. 왜? 왜 웃었니.
행복하단듯 죽어버린 너를 위해.. 나는, 어떤 감정을 내비쳐야하는걸까.
달빛이 유난히 붉게 느껴지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아니면, 그의 죽음에대해,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있는
나에대한 그의 분노일까...
핏물이 점점 번져가고, 따스함이 나에게 스며들자, 그제서야 나는 정신이 든다.
내가 무슨짓을 저지른거지.. 너를 죽이고도, 죄책감마저 느끼지 못하는 나를..
너는 원망하고있니, 지금? 나를, 원망하고 있다면, 난 말하고싶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없다고. 그저, 너의 그 아름다움이 탐났을뿐이라고.
그 아름다움이, 너무나 가지고싶었고.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싶지않았다고, 그래서 널 그렇게 만들었노라..
나는 말하고싶다.
시간이 지나고, 차가웠던 달빛은 뜨겁게 식어 사라지고,
나는 멍하니 앉아 너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다.
허탈하다.
이 기분은 뭘까..? 난.. 원하는걸 얻었다.
....속이 꽉 차야한다. 내가 원하는것을 얻었다는 성취감에, 기쁨을 느껴야한다.
그런데 난..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있다.
너의 아름다움을 없앴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하게 정말, 넌 이세상에서 없는 사람으로.
그렇게 만들어버렸는데, 나는.. 왜 이렇게, 허탈한건지. 모르겠다.
너는 지금 나를 보며, 웃고있다. 이쁘게 웃고있는데...
나는 너를 향해, 아무런 감정도 내비추지않고 있는데. 너는 날 바라보며 '사랑해' 라고 말하고있다.
..눈부시게 작열하는 태양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너의 혈흔을 데우고있었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너의 몸을 예전처럼, 따스하게 만들어주진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계속 벽에 기대어, 널 바라보며 생각해보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않았다.
이럴 때,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떠오르는건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너에 대해 생각하게된다.
내가 너에 대해 알고 있었던게, 무엇인가.. 너는 나에 대해 모든걸 알고있다.
내가 너에게만은 다 말했으니깐, 넌 내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 나에 대한 모든 진실을 그에게만은
다 털어놓았는데, 정작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젯밤, 그렇게 잔인하게 널 파멸시키고도, 난 이렇게 여유로운 생각을하며, 정상적으로 존재하고있고..
더 이상 숨 쉬지 않는 너는, 피아노앞에 버려진 악보에 녹아있다.
내가 너를 없애버렸음에도, 나는 네가 내앞에서 다시 웃어주길바란다.
이런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긴 했었을까?
모르겠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일이 아녔을까?
훗, 이 생각을 너에게 말했다면, 넌 울어버리겠지. 그래서, 난.. 널 죽여버렸을까..?
한때는, 영원히 함께하자, 약속했던 너와나.
나는 너와의 그 약속를 깨버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널 없애버리고.
나는 그 약속을 잊어버린채, 이렇게 숨쉬고있다.
그래, 원망해라. 날 마음껏 원망하도록해.
어디까지 와 버렸는지,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는지.. 나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너는 안아들고있었다.
이미 온기를 잃어버린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마... 이게 내가 너에게 해줄수 있는 마지막 위로가 될것이다.
나는 하얀, 밀랍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은 너를 내 심장에 더욱 가까이 안아들고,
뜨거운 태양을 피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아무것도 들리지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의 나로써는,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쓸 여력 같은건 남아있지 않았다.
나의 눈과, 나의 모든 신경은 내 품에 안겨있는 너를 향하고 있기에.
너는 웃고있다.
웃고 있는 너의 모습이, 매일 봐오던 모습임에도, 나는 네가 낯설다.
그리고, 채 감지 못한 너의 아름다운 두 눈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왜 날 죽인건가요,....」
나는 그렇게 너를 묻었다. 나의 피아노에, 내 가슴속에..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하지만.. X자로 도배된 달력은 이제 겨우 한달여의 시간이 흘렀음을 내게 말해주었다.
그동안 나는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고. 오늘은 드디어 집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길다면 긴 시간인 한달동안 나는, 네가 죽었을 그때처럼 벽에 기대어.
너를 회상했다. 부질없다고만 느껴졌던,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네가 없는 지금은 ,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곧 너는 나의 기억속에 뭍혀버리겠지.
아직 집안에는, 네가 떠날 때 남긴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매끄럽게 굳은 너의 핏자국을 쓸며 인사했다..
「다녀올게ㅡ」
내가 문 밖을 나설 때마다, 자기도 데려가 달라며, 어딜 매일 가는거냐며, 투정 부리던 너는 없었다.
계속 뒤를 돌아보게된다. 혹시나, 굳게 닫혀버린 저 문이 열릴까해서. 날 보며 웃어주지않을까라는 생각에
계속 뒤돌아 보지만, 너는 없었다.
난 또 쓸쓸하게, 남겨진 집을 바라보며 웃는다.
「맨날 어딜 그렇게 가는거에요!!」
「후우, 금방 올게. 집에있어.」
「나도 데려가요오- 응? 나 집에만 있는거 싫단말야아-」
「다음에.. 다음에는 데려갈게..」
「피이- 그럼 다음에는 꼭 데려가야해요- 알았죠? 다녀와요- 쪽-」
이렇게 나는 너를 회상해본다.
집안에는 너의 핏자국만이 남겨져있을테지..
너는 없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내가 지워버린, 너인데.. 왜이렇게 네가 보고싶은걸까.
이제는, 널 , 내 기억에서 지워야한다. 세상에서 너의 아름다움의 흔적을 지웠으니,
널 내 가슴에 묻고, 기억속에서 너의 아름다움을 지워야한다.
그래도 원망말아라. 나는, 너의 아름다움을 찬양했고. 네가 있었기에,
내가 또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냈으니.
너를 위한 선율임을 기억하거라-
죽음이.. 그 선율을 만들어낸 댓가임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게 만들어버린것임을,
너는 알고있겠지만, 그것은, 너와 나.. 그리고 저 달빛이 만들어낸,..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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