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예송
피어나지 않았어
이렇게 바라보면서 숨이막히면
눈을감은채 살아도 좋을까
보지않아도 보여서
듣지않아도 들려서
그대 숨결에 다시살아난 바람꽃처럼
가고싶어도 못가는
안고싶어도 못안는
그대손끝이 내맘에 닿으니
긴긴밤이 지나고나면 알까
눈물속에 웃고있는 사랑을
잡고싶어도 못잡는
가고싶어도 못가는
그대마음에 다시살아난 바람꽃처럼
보지않아도 보여서
듣지않아도 들려서
바람에 실려 흩어져 날리며
그대 마음에 흩어져 날리며
바람꽃에 대하여---------
전상국의 소설 ‘하늘 아래 그 자리’에 보면, 타오르는 강멀리 둘러선 높직한 산들이 바람꽃에 뿌옇게 싸여 있는 게 마치 하암리 김가네 기와집 안방에 둘러친 병풍 속의 그림 같아 보였다.----라고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의 바람꽃은 바람의 전조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바람의 핵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즉 바람꽃의 제1 사전적 의미는 큰 바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기운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바람꽃 하면 미나리아재비과의 쌍떡잎식물로써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인 아네모네(Anemone)를 떠올릴 것이다. 원종이 대략 100여종이나 되는 아네모네는 그리스어로 바람을 의미하는 아네모스(Anemos)와 딸을 나타내는 단어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 그리스신화에서는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사랑했던 미소년 아도니스가 죽을 때 흘린 피에서 생겨난 꽃이라고 한다.
하나 더----
꽃의 신 플로라에게 아네모네라는 미모의 시녀가 있었다.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아네모네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안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포모누의 궁전으로 쫓아버렸다. 그러나 제피로스는 바람을 타고 그녀를 뒤쫓아 가서 둘은 깊고 뜨거운 사랑에 빠져 들었다. 새로 변신하여 두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날아간 플로라는 질투에 불탄 나머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슬픔에 젖은 제피로스는 아네모네를 잊지 못하고 매년 봄이 오면 따뜻한 바람을 보내어 아름다운 꽃으로 피워낸다고 한다. 아프로디테가 사랑했던 아도니스의 넋이던 바람의 신인 제피로스가 사랑했던 시녀 아네모네의 화현이던 늘 바람이 부는 산골짜기의 바람맞이에서 피어나는 바람꽃은 못다 이룬 애절한 사랑의 슬픔을 나타내기에 언제보아도 애처롭다.
아네모네 이외에 우리나라의 자생종 바람꽃도 10여종이나 된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 촉촉이 젖은 낙엽 사이로 복수초·노루귀 등과 함께 가장 먼저 꽃샘추위 때 내렸던 눈을 비집고 망울을 터트리는 한라산의 바람꽃은 지열을 이용하여 꽃을 피우기 때문에 땅에 깔릴 듯 키가 작고 가냘프지만, 꿩의바람꽃처럼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큰 꽃을 매달고 있는 것도 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의 바람꽃은 봄이 다 가고 난 후 여름이 되어서야 피어나며 변산 특산종도 있다.
이름이 저마다 정겹다. 높은 산 계곡에 드물게 피는 만주바람꽃은 미색의 꽃을 피우며, 너도바람꽃이 있다면 나도바람꽃도 있다. 들바람꽃, 회리바람꽃, 세바람꽃, 숲바람꽃 등과 더불어 홀아비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눈길을 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이름만 들어도 측은한 사람이 홀아비 아닐까. 그러나 정작 홀아비바람꽃이라는 이름은 한개씩 자라는 꽃대에 꽃이 홀로 한 송이씩만 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홀쭉한 목을 쭉 빼들고 외롭게 혼자 서 있는 홀아비바람꽃은 조선은련화’(朝鮮銀蓮花)라고도 부른다. 예로부터 홀아비는 이가 서 말, 과부는 은이 서 말이라고 했으나, 홀아비바람꽃은 홀로 서 있지만 깔끔하고 산뜻하며 기품까지 발산하고 있어 마치 독야청청한 수도승을 연상시킨다.
몇 년 전 KBS-TV을 통해 세파의 바람 속에서 이리저리 나부껴야했던 두 자매의 사랑과 이별, 복수 그리고 용서와 화해를 다룬 드라마 '바람꽃'를 방영했었다. 잔설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에, 차갑게 얼어붙은 땅을 비집고 올라와 가장 먼저 피어나서 사랑의 괴로움과 비밀의 사랑을 상징하는 바람꽃에서 드라마의 제목을 차용해다 쓴 것이었다. 요즈음 MBC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선덕여왕'에서 비덕의 주제곡인 바람꽃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비덕을 통해 들어나는 멜로 라인이 바람꽃처럼 애절한 것 같다.
홀아비바람꽃
'가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야곡 - 전영 (0) | 2012.12.21 |
---|---|
비와 외로움 - 바람꽃 (0) | 2012.12.21 |
천년바위 - 보현스님 (0) | 2012.12.21 |
애잔한 노래 20곡 (0) | 2012.12.21 |
첫눈이 온다구요 - 이정석 (0) | 2012.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