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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늙은창녀 - 낭독 이베다

by 부산 성광 오디오 2015. 4. 21.

 

........

 

 

 

 

늙은 창녀 ..

비들은 옷속을 파고 들었다.

새벽 세시 이 도시의 중심에서 먼 외곽의 거리에서 그녀를 만났다.

짙은 화장과 현란한 무늬의 원피스로 세월을 숨겼지만

아직도 손님 받지 못했다는 그녀의 목소리는

불 꺼진 밤거리 마냥 어둡고 젖어 있었다.

지갑을 꺼내 열어 젖히며 얼마되지 않은 지폐라도 꺼내가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내가 스스로 꺼내주기를 바랬다.

나는 몇장의 지폐를 건네주며 아무말도 하질 않았다.

그리고 지나쳐 걸었다 몇발자국 걸었을까

그녀는 황급히 다가와 내 팔을 잡았다.

돌아서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잠깐 물기같은것이 비치는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본 것일까 다시 그 어둡고 젖은 목소리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선선히 그녀를 따르기로 했다

그녀는 맞은편 여관 이층 구석진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그리고 내 옷도 벗겼다

희미한 불빛속에서도 그녀의 몸은 야위고 거칠어져 있었다

내 일어나지 않는 욕정을 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는 그녀의 입술과

마른잔등과 쳐진 둔부에서 후득 후득 빗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그녀의 몸속으로 내 몸의 일부가 함몰하자

그녀는 갑자기 "사 랑 해 요.." 라고 말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

그 말은 서늘한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내 속에서 한줌의 눈물을 꺼집어내어 그녀의 몸속으로 뿌려주었다.

다시 비내리는 거리를 걸어오다

이미 性을 聖으로 만들길 포기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 그 늙은 창녀의 性이 왠지 聖스럽게 느껴져서 돌아보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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