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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명상음악- 아침의 소리

by 부산 성광 오디오 2015. 4. 21.

 

 

 

 

 

                                                            

 

 

                                                         산거(山居)          

        바리 하나, 물병 하나, 가느다란 주장자 하나
        깊은 산에 홀로 숨어 자연에 맡겨 두네
        광주리 들고 고사리 캐어 뿌리째로 삼나니
        누더기로 머리 싸는 것 아직 서툴다

        내게는 진공의 일없는 선정이 있어
        바위 틈에서 돌에 기대어 잠만 자노라
        무슨 신기한 일이 있느냐고 어떤 사람이 갑자기 물으면
        한 벌 헤어진 옷으로 백 년을 지내노라

        한종일 소나무 창에는 세상 시끄러움 없는데
        석조에는 언제나 들물이 맑다
        다리 부러진 솥 안에는 맛이 풍족하거니
        무엇하러 명리와 영화를 구하랴

        흰 구름 무더기 속에 삼간 초막이 있어
        앉고 눕고 거닐기에 스스로 한가하네
        차가운 시냇물은 반야를 아야기하는데
        맑은 바람은 달과 어울려 온몸에 차갑네

        그윽한 바위에 고요히 앉아 헛이름을 끊었고
        돌병풍에 의지하여 세상 인정 버렸다
        꽃과 잎은 뜰에 가득한데 사람은 오지 않고
        때때로 온갖 새들의 지나가는 소리 듣네

        깊은 산이라 온종일 오는 사람은 없고
        혼자 초막에 앉아 만사를 쉬었노라
        석 자쯤의 사립문을 반쯤 밀어 닫아 두고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밥 먹으며 시름없이 지내노라

        나는 산에 살고부터 산이 싫지 않나니
        가시 사립과 띠풀집이 세상살이와 다르다
        맑은 바람은 달과 어울려 추녀 끝에 떨치는데
        시냇물 소리는 가슴을 뚫고 담을 씻어 차갑구나

        시름없이 걸어나가 시냇가에 다다르면
        차갑게 흐르는 물 선정을 연설하네
        만나는 물건마다 반연마다 진체를 나타내니
        공겁의 생기기 전 일을 무엇하러 말하랴.

 

 

                                                                  청산은 나를 보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귀거래사(歸去來辭)   

        돌아가자
        논밭이 묵어 가는데 내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스스로 마음을 몸의 부림을 받게 하였으나
        어찌 근심하며 슬퍼할 것 있으리
        지난날 뉘우쳐도 고칠 수 없으리
        다음부터 그르치는 일은 없으리
        길을 잘못 들어 어긋났으나 그리 멀어진 것은 아니니
        이제부터는 옳고 어제까지는 글렀음을 알겠노라

        배는 흔들리며 가볍게 드놓이고
        바람은 가볍게 옷자락을 날리누나
        나그네에 앞길을 물어서 가니
        희미한 새벽빛이 한스러워라

        집 근처에 도달하여 처마를 바라보고
        기쁜 맘에 집으로 바쁘게 가니
        하인은 반가이 마중을 하고
        어린 아들은 문에 나와 기다리고 섰네
        정원의 작은 길엔 잡초가 우거져도
        솔이며 국화는 그대로 남아있네
        어린것들 이끌고 방으로 들어서니
        술이 동이 가득 차 있네
        동이와 잔을 당겨 혼자 마시며
        정원의 나뭇가지 바라다보니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차누나
        남쪽 창에 기대어 멋대로 앉았으니
        작은 방이지만 편안하기만 하구나

        날마다 거닐어도 정원은
        언제나 아취 있는 경치를 이루고
        문은 달았으나
        닫힌 채 그대로다
        몸을 지팡이에 의지해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쉬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를 높이 들어
        자유로이 사방을 둘러도 본다
        구름은 산골짝을 돌아 나오고
        날마다 지친 새는 돌아올 줄 아는구나
        햇볕은 엷은 어스름에 가리어
        서서히 서쪽으로 기우는데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나는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돌아와야지
        그리고 바라는 것은
        사귐을 그치고 어울려 노는 것을 멈추리라
        세상은 모두 잊으리라
        다시 수레에 올라 무엇을 바라랴
        이웃의 정겨운 이야기 즐겨 듣고
        음악과 글을 즐기면서 세상 근심을 삭이리라
        농부가 나에게 봄을 알리니
        서쪽 밭에 나가 일을 해야지
        때로는 수레 타고 때로는 배를 저어
        구불구불 깊은 골짝을 찾아가고
        높고 낮은 오르막길 언덕을 지나
        산수의 경치를 즐겨보리라
        물오른 나무들은 꽃망울 부풀리고
        샘은 퐁퐁 솟아 넘쳐흐른다
        만물은 때를 얻어 즐거운데
        갈수록 나의 생은 저무는구나

        모든 것은 이미 끝이 났구나
        얼마나 이 세상에 살아 있으랴
        얼마 남지 않은 인생들
        어찌  가고머뭄을 마음에 맡겨
        자연에 따르려 하지 않으랴
        어딜 그렇게 서둘러 가려는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것 아니고
        신선의 나라는 바랄 수도 없는 것
        좋은 시절 알아서 혼자서 가고
        지팡이에 기대 김 매고 북돋운다
        언덕에 올라 노래 부르고
        시냇가에 앉아 시를 짓는다
        사는 동안 자연의 조화를 따르다
        마침내 돌아가면 되는 것이니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었지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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