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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서랍에는 쓰다가 만 편지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써 내려가다가 다시 읽어 보고는 더 이상 쓰지 못한 편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 조각을 떼어 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아는지요? 밤이면 밤마다 떼어 내느라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고 마는 내 마음을.
둘
아침부터 소슬히 비가 내렸습니다. 내리는 비는 반갑지만 내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고여 듭니다. 정말 이럴 때 가까이 있었더라면 따뜻한 커피라도 함께할 수 있을 텐데...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쓸쓸한 일인가 봅니다.
셋
생략...
넷
그렇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입니다. 그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도 나 혼자만의 일이구요. 그러니 그대가 마음 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 혼자 그리워하다 나 혼자 괴로워하면 그만, 그대는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무덤덤해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짐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내 사랑을 그대에게 슬며시 들킬 수도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그대여, 나로 인해 그대가 짐스러워 한다면 그 자체가 내게는 더한 괴로움이기에 나 혼자만 그대를 사랑하고, 나 혼자만 괴로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대여, 그대는 그저 모른 척하십시오. 그저 전처럼 무덤덤하십시오.
다섯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 가며 읽는 책, 아껴 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내기로 하였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기에.
-이 정하, 부치지 못한 다섯 개의 엽서-
![]() Midnight Blues / Snowy Wh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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