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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 블루스

Snowy White - Midnight Blues

by 부산 성광 오디오 2015. 11. 9.

 



           

               

               

              내 마음 속 서랍에는 쓰다가 만 편지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써 내려가다가 다시 읽어

              보고는 더 이상 쓰지 못한 편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 조각을

              떼어 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아는지요?

              밤이면 밤마다 떼어 내느라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고 마는 내 마음을.

               

               

               

               

              아침부터 소슬히 비가 내렸습니다.

              내리는 비는 반갑지만 내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고여 듭니다.

              정말 이럴 때 가까이 있었더라면 따뜻한 커피라도

              함께할 수 있을 텐데...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쓸쓸한 일인가 봅니다.

               

               

               

              생략...

               

               

              그렇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입니다.

              그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도 나 혼자만의 일이구요.

              그러니 그대가 마음 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 혼자 그리워하다 나 혼자 괴로워하면 그만,

              그대는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무덤덤해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짐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내 사랑을 그대에게 슬며시 들킬 수도 있었을 테지요.

              그러나 그대여, 나로 인해 그대가 짐스러워 한다면 그 자체가

              내게는 더한 괴로움이기에 나 혼자만 그대를 사랑하고,

              나 혼자만 괴로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대여, 그대는 그저 모른 척하십시오.

              그저 전처럼 무덤덤하십시오.

               

              다섯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 가며 읽는 책, 아껴 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내기로 하였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기에.

               

              -이 정하, 부치지 못한 다섯 개의 엽서-

               

               

               

               

               

               

              Midnight Blues / Snowy White